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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주와 고죠는 사촌 남매라는 설정입니다.

* 고죠가 누군가(모브 캐릭터)와 썸타고 있다는 상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팀장님 저번에 회사 앞에서 만난 그 분 누구야? 남자친구?”

   “사촌동생요.”

   “정말? 혹시 누구와 사귀는 사람이 있어?”

   “안돼요. 걔는 겉만 멀쩡해 보이는 애라…”

   “어머 그래? 그렇게 보이진 않던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안에 든 얼음이 빨대의 움직임에 달그락 소리를 낸다. 사촌동생 얘기가 나오고 나서부터 커피는 안 마시고 빨대로 계속 젓기만 하니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더 빨리 얼음이 녹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어릴 땐 귀엽기라도 했지. 뭐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제 사촌동생의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놈의 성격이 문제지. 누군가 사람의 성격을 만들어놔도 그 정도로 가볍진 않을 거다. 착하기야 하지만… 말이 나온 김에 회사에 찾아왔던 저번에도 그랬다. 회사 근처라 웃으면서 넘어갔지 안 그랬으면 이미 등을 수십 번을 때렸을거다. 잠깐 다른 생각을 했더니 어느새 대화의 주제가 같은 회사 근처에서 열리는 축제로 넘어가자 그제야 대화에 집중을 하며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안 그래도 연한데 얼음이 녹으니 더 밍밍 해졌지만 더위 때문에 포기하고 마시기로 한다.

 

   식사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향하는 동안 더운 여름날의 하이라이트인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 때문에 방향을 틀어 평소의 퇴근길과 다른 길로 장소에 향하던 중이었다. 축제 입구에 다왔을 때 그곳에 보이는 뒷모습이 흘깃 봐도 제 사촌동생이었고 그 앞에 당황해하는 한 여성분이 보이니 아 저건 백퍼라고 확신하는 순간 사촌동생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등을 소리 나게 때리니 당황해하는 사촌동생과 맞은편에 있던 여성분에게 고개를 억지로 숙이게 하고 자신도 숙이며 사과를 한다.

 

   “무조건 얘가 잘못했습니다. 사토루 너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고죠씨 괜찮아요?”

   여성분의 말에 순간 아차 싶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하지만 이미 주변의 시선은 사로잡혔고 사촌동생은 억울하다며 여성분에게 안기려 들기에 못 가게 붙잡았다. 그렇구나.

   “잘못은 제가 했네요.”

   이건 당연히 해야 하는 사과였다.

   “어쩐 일이야?”

   “너처럼 축제라서 온 거지. 사토루 네게 여자친구가 있었을 줄이야.”

   “뭐…….”

   

   평소답지 않게 순간하려던 행동을 멈추고 느리게 답을 하는 사촌동생을 보면서 굳이 다음 얘기를 하지 않았다. 오호라. 그런 사이었구먼. 하고 생각하던 차에 그 생각을 확신으로 만드는 대답이 이어졌다. 웃으면 안 된다. 빠르게 손으로 입을 막고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는다.

 

   “여자친구…까진 아니고 그냥 친구예요. 고죠씨께 신세를 진 일이 있어서요.”

   “큽… 흡흑… 흑흐, 크흠…. 그렇군요. 죄송해요. 갑자기 사레가 들려서 그만.”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이렇게 착한 사람이 제 사촌동생과 엮인 이유가 뭐였을까. 혹시나 주술사 쪽 집안일까 싶었지만 제 어깨 쪽으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주령을 못 알아차리는 걸 봐선 비주술사임이 아닐까 싶었다. 사촌동생이 벌레 쫓듯 주령을 쫓아내는 동안 대화를 마무리하고 둘 사이를 방해하지 않으려 함께 가자는 말에 거절하며 둘을 먼저 안으로 들여보낸다. 괜찮겠어? 자신을 쳐다보는 사촌동생에게 손인사를 하며 보낸 뒤 가만히 서서 뒷모습을 계속 보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혹여 잃어버릴까 소중히 손을 잡고 가는 모습에 괜히 두 사람을 응원하면서도 왜 하필 쟤한테 걸려서는 하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누군가 제 어깨를 밀치는 행동에 서로 사과를 하다 보니 두 사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고 슬슬 가볼까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오랜 기간 축제와는 거리를 뒀던 탓인지 예전과 다르게 많이 바뀐 축제가 마치 처음 온 아이처럼 이리저리 둘러보며 구경을 한다. 옷을 갈아입고 왔으면 하다못해 신발이라도 편히 신었으면 괜찮았을 거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따끔거리는 뒤꿈치를 참아가면서도 구경을 계속했다. 더운 탓에 결국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음에도 시원한 음료를 사고 잠깐 근처에 있던 벤치에 앉아 음료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처음 온 것일까 눈앞에 아이들이 뛰어가는 모습이 들리니 잠깐 그 아이들이 자신과 사촌동생의 어릴 적 모습 같은 착각이 들었다. 착각일 수 밖에. 자신은 사촌동생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니 키 차이부터가 지금과 다르게 자신이 더 컸었다. 제법 저를 따르던 어린 사촌동생을 데리고 축제를 간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과 같이 더웠고 어린 나이임에도 현상수배 때문에 주저사들의 목표가 되었다는 걸 가볍게 여기고 있을 시기.

   저를 따르는 귀여운 사촌동생이 가리키는 것마다 다 사주고 같이 놀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잠깐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길을 물어 안내하던 사이 갑자기 사라진 사촌동생을 찾느라 자신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불꽃놀이가 터지면서 목소리까지 묻힌 상황이 왔다. 사촌동생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머릿속에 박히면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울음을 꾹 참으면서도 다시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뛰다 누군가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다고 자신을 탓하며 울고 있을 때였다. 풀숲 쪽에서 저를 부르며 다가온 사촌동생을 보자 수도꼭지를 튼 듯 눈물을 줄줄 흘리며 끌어안고 미안하다며 울었다.

   나중에 안 사실은 저를 미행하던 주저사를 상대하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운 거였다고 아버지께 듣긴 했었지만 그 당시엔 그게 너무 충격이었기에 그 후론 축제가 열리면 절대로 가지 않았었다. 큰소리와 함께 불꽃놀이가 눈앞에서 터지자 그때 일도 떠올랐지만 아까 두 사람의 모습을 봐서 그런지 금방 기억 속에 잊혀졌다.

   “뭐해?”

 

   갑자기 어깨 위로 손이 올라와 놀라 소리도 못 지르고 겨우 숨을 쉬며 뒤를 돌아보니 저를 보며 윙크를 하는 사촌동생이 보이자 결국 주먹을 내밀 고야 만다. 웃으면서 가볍게 막아내는 그가 뒤에서 앞으로 훌쩍 뛰더니 옆에 앉는다. 하여튼 간에. 여전한 행동에 잔소리를 하려다 말고 다시 한번 터지는 불꽃으로 고개를 돌린다.

 

   “왜 혼자 왔어? 친구는?”

   “둘러보던 중에 가족을 만났어. 형님이 열을 내며 쳐다보기에 일단은 인사만 하고 왔지.”

   “뭐… 내가 그 애 오빠여도 같은 반응을 했을 거야.”

   대답을 하다 그때의 상황이 대충 머릿속에서 그려지니 웃음이나 저도 모르게 웃었다. 소리 내어 웃으니 사촌동생은 뭐가 불만인지 빤히 쳐다보기에 다시 시선을 마주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까.

   “정말 괜찮아?”

   아까도 물었던 말. 그때는 이해를 못 했지만 지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말의 의미를.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야. 괜찮으니까 여기에 왔지.”

 

   지금보다 훨씬 작을 때. 저보다 제 사촌누나가 컸을 시절. 제게 좋은 걸 보여주겠다며 데려갔던 축제는 사실 흥미가 없었다. 더운 여름날, 벌레가 주변을 날아다니고 게다가 벌레보다 못한 것들이 따라와도 상황 파악 못하는 제 사촌누나의 손에 이끌려 걸었다. 이상하게 사촌누나를 따르고 싶었던 건 어린 마음에 자신에게 잘해주는 마음 때문일까. 물론 다들 잘해주긴 했다지만 분명 뭔가 다른게 있어서 말을 들었던 것 같았다. 당시엔 알 수 없었지만.

   뭐가 먹고 싶냐는 사촌누나의 말에 눈에 띄는 것만 가리켰고 그중 몇 번은 어려서 안된다던가 하면서 거절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다 사줬다. 안 보일까 봐 안아들어 만드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행동에도 가만히 있었다. 점점 자신에게 잘해줄수록 자신을 향한 시선이 제 사촌누나 쪽으로 옮겨지는 게 생기자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그들을 쫓아내기 위해 둘러댔지만 어려서 안된다고만 하고, 결국엔 제 손을 잡은 손을 스스로 놓았다.

   거리를 두고 다시 시선이 자신 쪽으로 향하자 그들을 쫓아내고 돌아왔을 땐 눈물범벅인 얼굴로 저를 꽉 끌어안았다. 손을 놓쳐서 미안하다고. 그 후였다. 다른 사람과도 축제를 가지 않게 된 것이. 아프다고 재미없다며 미루면서. 자신이 손을 놓은 거라 얘기는 했지만 듣고도 자기 잘못이라 했음에도 전해 들은 말로는 가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래서 오늘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배웅해 주는 사촌누나가 그냥 집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을 했었다. 말로만 축제를 보러 왔다고 하면서. 제 옆에서 불꽃을 보며 좋아하는 얼굴을 그때 보았더라면 아니 지금이라도 봐서 다행인 걸까. 고죠는 괜히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음료를 빼앗아 마신다.

 

   “새로 사줘?”

 

   고개를 저으며 남은걸 다 털어 마신 뒤 컵을 구겨 쓰레기통 안으로 던져 넣자 바로 허리 쪽에 손가락이 날아와 찔린다.

 

   “그렇게 하지 말랬잖아.”

 

   사촌누나의 말에 고죠는 웃으면서 들러붙는다. 귀찮다는 듯 떼어내는 행동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도 상관없었다. 오늘만큼은 그때 하지 못했던 만큼 즐겁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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