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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시미츠 미츠루가 고전을 졸업한 선배들을 만날 때 “뭐? 미츠루 네가 벌써 졸업 학년이라고?”…… 하는 소리를 듣는 건 이제 익숙한 일이었다. 그야 A 선배가 졸업할 때 미츠루는 이제 신입생 티를 벗은 일 학년이었고, B 선배는 중간에 유학을 가는 바람에 오래 보지 못했으니까. 아니, 하지만 C 선배는 분명 미츠루와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미츠루의 “선배가 졸업했으니까 그때 삼 학년이던 제가 사 학년이 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하는 말에 들은 척도 하지 않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도 말이야, 네가 최고참이라니, 말이 돼?” 같은 말이나 들을 뿐이었지.

 

   미츠루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제가 못 미더운 선배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후배들만 봐도 그랬다. 이미 한참 전에 누구는 평생 될 수 없을 1급 주술사가 된 토도 아오이, 적혈조술을 계승한 카모 가의 적통 노리토시, 서포트 특화로 대체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모모. 교류회에서 활약한 2학년들은 물론이고 이번에 입학한 유일한 신입생 닛타도 희귀한 술식을 사용하니 곧 큰 전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기특한 후배들이 아닐 수 없었다. 반면 자신은 ‘적혈조술 비슷한 걸’ 쓰는 준 2급 주술사에 불과했으니까. 미츠루가 이런 말을 하면 젠인 마이는 꼭 곁에서 한 마디 거들곤 했다. “선배가 그러니까 얕잡아 보이는 거예요.” 하고.

 

 

 

 

 

   “…… 그래, 미츠루. 마지막까지 제대로 확인한 거 맞지? 메카마루 잘 데리고 오고.”

 

   그렇게 유치원 인솔하는 선생님 대하듯 굴지 않으셔도… 그 애는 이미 저보다 더 어엿한 주술사인 걸요, 우타히메 선생님. 미츠루는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차마 뱉지 못했다. 미츠루의 휴대전화는 난전 중 박살이 나는 바람에 그 전화를 받은 것또한 메카마루의 휴대전화였다. 우타히메는 유일한 사 학년의 선배로서의 위엄 같은 걸 걱정한 걸지도 모른다. 원래 미츠루는 주로 엄호 사격으로 임무에 참여했는데 최근 들어 전방에 나서거나 후배들을 지켜주는 일이 많아졌으니까. 분수에 맞지 않는 위치임에도 어떻게 무사히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건 후배들이 점점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미츠루는 확신했다.

 

   어차피 나는 주술사 같은 것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니까. 적당히 일 년을 버티다가 카모 가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로 보조 감독 일을 몇 년 한 뒤에 어떻게든 빠져나가면 되는 거지. 미츠루는 늘 그런 생각을 주문처럼 되뇌이며 살아왔다. 헌데 우타히메는 가끔 미츠루를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곤 해서…… 어떻게 그런 분께 이미 늦었다는 말을 할 수 있겠어. 미츠루는 한숨을 내쉬었다.

 

   교토고의 학생들이 도쿄까지 임무를 나서는 일은 많지 않다. 그야 도쿄에는 도쿄 주술 전문 고등학교가 있으니까. 미츠루 또한 학생인지라 정확히는 알지 못했지만 가쿠간지 학장과 야가 학장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라던지, 우타히메와 고죠 사토루의 대놓고 피 튀기는 혈전만을 보더라도 두 학교 사이의 라이벌 의식이 다분하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다만 본래 여름은 주령이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라…… 안 그래도 인력난에 시달리는 주술사들로서는 내 구역 네 구역 할 시기가 아니었다는 게 한 가지 흠이었다.

 

   도쿄 저 한 구석의 작은 신사에 자리잡은 주령을 퇴치하는 임무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시미츠 미츠루는 전혀 선배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전신이 갑주 따위로 이루어진 커다란 주령은 원거리 사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꼴에 지능까지 탑재한 녀석이었다. 가장 만만한 주술사가 누구인지를 판단할 수 있었다는 거다. 주령은 전방에서 대치하고 있던 메카마루를 아는 체도 하지 않은 채 순식간에 건물의 끝에서 끝으로 이동했고, 가장 먼저 미츠루의 총기를 빼앗았다. 그 뒤로는…… 말할 필요가 없다. 메카마루의 무쌍無雙이었지, 완전. 메카마루가 그 정도 돌발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없었더라면 아마 저는 그 자리에서 숨통이 끊어졌으리라고, 미츠루는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주령 퇴치를 끝마치고서야 얼굴을 볼 수 있었던 도쿄고의 보조 감독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이야, 교토의 학생들도 대단하네요. 긴장해야겠어요.” 하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미츠루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거기다 하필 선배인 미츠루를 콕 집어 확인 차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해 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메카마루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러니까 그렇게 보이긴 했다. 그야 눈 앞의 ‘메카마루’는 메카마루가 조종하는 로봇이니까 표정 변화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다. 눈 앞에 한심한 선배를 두고도 표정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잠깐 그런 생각을 한 미츠루는 지구 내핵까지라도 땅굴을 파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사실은 알고 있었다. 기특한 후배인 메카마루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오늘 여러모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 메카마루. 고마워.”

   “상관 없다.”

 

   사실 메카마루는 신입생인 닛타를 제외하고서는 미츠루를 가장 ‘선배 대접’하는 후배였다. 늘상 깍듯한 경어를 사용하질 않나, 처음 만난 이래로 호칭의 변화는 토시미츠 씨에서 토시미츠 선배로 바뀐 것 뿐이질 않나. 물론 미츠루라고 그런 반응이 썩 편안한 건 아니라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바뀔 생각을 않으니 천성인가보다 하고 적응한 참이었다. 아무렴 착한 녀석인 것도 확실했고. 그러므로 메카마루와의 관계에 있어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런 점들 덕분에 다른 후배들에 비해 조금 어색하다는 것 정도였다. 때문에 미츠루는 슬슬 대화를 마무리짓고 도쿄 쪽에서 마련해준 숙소의 제 방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아무튼! 수고했고…… 보조 감독님은 조금 늦게 오신다고 하셨으니까 내일은 오전까지 푹 쉬어 둬. 예의 인삿말 후 손을 흔들고 뒤돌아 제 방으로 돌아가려는 미츠루를 메카마루가 불러세운 건 뜻밖의 일이었다.

 

   “학교에 있는 녀석들에게 연락이 왔었는데…”

 

   그런 말로 입을 연 메카마루가 뭐라 더 말을 잇는 대신 휴대폰을 들어보였다. 미츠루는 작은 휴대폰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 봤다. 젠인 마이, 미와 카스미, 니시미야 모모…… 그리고 메카마루까지. 얘들 나 빼고 단체 DM방이 있었잖아. 미츠루는 조금 섭섭했다. 하지만 그런 걸 고발하려고 보여준 휴대폰 화면은 아닐테니 그런 사소한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화면 속 메시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메카마루, 일정 끝났지? 미츠루는 왜 연락 안 받아?

   미츠루 선배 휴대폰 고장났대요.

   메카마루는?

   무슨 일이지?

   올 때 기념품 사 오라고

   귀여운 걸로

   안 귀엽기만 해

 

 

 

   메시지 내용을 전부 읽어 내린 미츠루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몰라 메카마루를 꿈뻑꿈뻑 바라보고만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메시지 내용 중 미츠루의 뇌리에 남은 것은 기념품이니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메카마루가 이 깜찍한 교토의 트리오들에게 생각보다도 훨씬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안쓰러워하는 듯한 표정을 읽었는지 메카마루는 금세 휴대폰을 암전시켰다. 메카마루 너머의 메카마루가 할 말을 고르는 듯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미츠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 기념품 사러 가자고?”

   “이렇게 연락까지 왔는데 무시했다간 귀찮아질 것 같아서. 부탁을…”

   “하긴, 확실히.”

 

   미츠루가 메카마루의 말을 끊고 웃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나름 동급생과 선배를 챙기는 게 아니려나 하고 마음대로 생각한 미츠루는 기념품 정도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게다가 그 DM방… 카스미도 있었잖아? 토시미츠 미츠루가 생각하기로 두 후배 사이에 흐르는 기류가 심상치 않았다. 귀엽기는. 선배 된 도리로 돕는 것 즈음이야 큰 일이 아니었다.

 

   그런 걸 다 제하고서라도 교토에서 도쿄까지는 대부분의 교통수단으로 두 시간이 넘게 걸렸고 365일 주령에게 시달리는 주술사로서는 놀러오기도 쉽지 않은 곳이었으니까. 기념품이라, 역시 시부야로 가는 게 좋으려나. 도쿄 바나나는 별로 귀엽지 않지? 그렇게 말한 미츠루가 마냥 입가를 매만지며 뜸을 들였다. 시부야에서 숙소까지는 버스로 삼십 분 정도가 걸렸고 보조 감독께서는 점심 시간 후에 도착한다고 하셨으니 역시 시간은 충분했다. 그런 얘기를 하는 미츠루를 보며 메카마루 역시 나름의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 아무 말이 없었다.

 

   “오늘은 이미 시간도 늦었고… 들어가 쉬어, 내일 생각해보자.”

   “……그러지.”

 

   메카마루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고 숙소 복도로 나선 미츠루는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여태까지는 임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깨달을 틈이 없었고, 돌아가는 신칸센에서야 적어도 저는 피곤에 곯아떨어 질테니 아무렴 상관이 없었다. 다만 기념품을 사 가자고 결정한 이상… 이른 아침부터 무더운 도쿄 시내를 어색한 후배 하나와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물론 메카마루가 지내기에 나쁜 애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튿날 오전 열 시 정각. 토시미츠 미츠루는 다른 무엇보다도 이튿날에 대한 우려로 밤을 지새우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안심했다. 아무렴 아무리 서먹하기로서니 일 년하고도 6개월을 더 본 후배였다. 게다가 시부야 시내를 여기저기 살피다 보면 어색할 틈도 없을 걸. 메카마루라면 그런 곳은 처음일테니 제가 잘 설명해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면 되는 거였다. ‘선배 답게’. 미츠루는 그런 말을 한 번 되뇌이고 숙소를 나섰다. 저 멀리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그러니까 그를 인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다. 메카마루는 나무그늘 아래 서 있었다.

 

   “메카마루, 좋은 아침. 그래도 도쿄는 좀 덜 더운 것 같지? 아침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가.”

 

   메카마루의 애매한 대답에 미츠루는 잠시 두 눈을 깜빡였다. 두 사람 사이 길지 않은 정적이 흐르고 미츠루는 오래지 않아 또 제가 말실수를 했다는 걸 자각했다. 바보, ‘메카마루’가 기온의 변화 따위를 느낄 리가 없잖아…… 미츠루가 그런 자괴감에 빠져 있을 즈음, 또 어떤 사실이 뇌리를 스쳤다.

 

   “……그런데.”

 

   먼저 말을 꺼낸 건 메카마루였다. 그러니 그 즈음 메카마루에게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 지 미츠루 또한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미츠루가 두 번 정도 입을 달싹이다 말았다. 마침내 쉽게 떼지지 않는 입을 열어 대답했다.

 

   “…… 응.”

   “곤란하지 않나? ‘이 모습’으로 시내를 돌아다니는 건….”

   “그렇겠지, 아무래도……”

 

   비록 메카마루의 너머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어떤 꼴을 하고 있기에 메카마루를 조종하고만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분명 사람이다. 하지만 얼티밋 메카마루는 로봇이었다. 아연해진 미츠루가 중얼거리다시피 말했다.

 

   “미안, 진짜 미안, 메카마루….”

 

   메카마루는 그런 미츠루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미츠루는 이번에야말로 확신했다. 분명 이 선배 진짜 바보같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이제 와 미츠루가 기억을 되짚어보기로 메카마루는 임무가 없는 날에도 늘 기숙사에 있었다. 당연하지, 로봇의 모습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제게 익숙한 모습이라서 경각심을 잃어버린 걸 메카마루와 가까워진 거라고 좋아해야 할지.

 

   미츠루는 관자놀이를 짚고 한참이나 고민했다. 미츠루는 바로 지금 평생 쓸 머리를 다 굴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바보같은 선배가 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후배의 첫 시부야 나들이를 위해. 아침부터 뜨거운 햇볕은 느껴지지도 않는지 한참을 그 자리에 석상마냥 서 있던 미츠루가 불현듯 고개를 홱 들어 메카마루를 바라보았다. 그럼 메카마루, 이렇게 하자. 미츠루가 드물게 결의에 가득찬 눈빛을 보냈다.

 

 

 

 

 

   교토의 세 사람이 DM을 통해 기념품 이야기를 할 때, 메카마루는 당연히 제가 숙소에서 대기하고 있는 동안 미츠루가 선물을 사들고 올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부탁을 드리려고요, 하며 운을 떼려고 했는데 답지 않게 토시미츠 미츠루가 말을 끊는 바람에 마저 말하지 못했다. “도쿄 바나나는 귀엽지 않지?” 같은 말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는 의미다. 솔직히 말하면 이 사람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제아무리 로봇 ‘메카마루’의 모습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눈 앞에 이 모습을 두고 그걸 까먹을 수가 있는 건가.

 

   사실 사과는 필요 없었다. 따지자면 자신을 자연스러운 세상의 일원으로 여겨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무엇보다 메카마루의 시선으로 보는 사각형 화면 너머로도 토시미츠 미츠루의 아연실색한 모습이 지나치게 잘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메카마루는 토시미츠 미츠루의 영상통화를 받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여기가 시부야 거리거든, 메카마루.”

 

   그러니까 영상통화를 킨 휴대폰 화면 너머에는 토시미츠 미츠루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소란스런 시부야 거리의 소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추측컨대 휴대폰의 후방 카메라는 그녀가 보고 있는 시선과 엇비슷했을 것이다. 메카마루 너머에 있는 휴대폰 화면 너머의 시부야 거리를 보는 건 제법 비효율적이지 않나. 코키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그가 조종하고 있는 작은 기계들은 수없이 많았으니 그중 하나는 시부야 거리에 도착한 미츠루를 쫓아다니며 대리 만족을 할 수도 있었다. 다만 그 기계들의 존재를 밝힐 수 없다는 게 흠이었다.

 

   미츠루는 이 가게 저 가게를 돌아다니며 교토의 아홉 명 분의 선물을 정성스레 골랐다. 메카마루에게 물건을 하나하나 비추어 보여주며 이건 카스미에게 잘 어울리겠다느니, 모모가 말하는 귀여운 건 이런 종류의 것들이라며 재잘거리는 건 그렇다 치고. 토도 아오이가 좋아하는 아이돌인 타카다가 얼마 전에 낸 신곡이 몇 집 앨범에 수록되었는지까지 알고 있는 건 정말로 뜻밖이었다. 메카마루는 두 사람이 빈 말로도 좋은 사이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했다. 토시미츠 미츠루야 상대 쪽에서 받아주기만 한다면 충분히 기껍게 지낼 만한 인물이었으나 토도 아오이는 정 반대의 사람이었으니까. 그 밖에도 이오리 우타히메가 응원하는 야구 팀의 연고지는 도쿄이고 마이는 세련된 옷이 잘 어울린다는 따위의 이야기를 메카마루가 알 수 있을 턱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카모 노리토시의 선물을 고를 때는 거진 삼십 분을 고민한 것 같았는데, 메카마루가 보기에도 이상한 모습이었다. 저렇게까지 고민할 일은 아니지 않나.

 

   양 손에 쇼핑백을 가득 든 미츠루는 그걸로도 부족했던지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하나씩 선물하겠다며 디저트 전문점으로 향했다. 저번에 카스미가 이 브랜드 마카롱을 좋아하더라고. 미츠루가 화면 너머로 플레이팅 된 디저트를 비추며 덧붙였다. 형형색색 예쁜 디저트들이 빛을 받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물론 제가 맛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메카마루는 미츠루의 말 또한 그런가보다 하며 간단히 수긍했다. 도쿄의 문물에 딱히 익숙한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으니 그쪽에만 있는 전문점의 디저트를 좋아한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하기로, 정말 이상한 건 미츠루였다.

 

   “그걸 왜 나한테 알려주는 거지?”

   “응?”

   “미와가 뭘 좋아하는지.”

 

   분명 화면은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었는데 미츠루는 아무 말 없이 뜸을 들였다.

 

   “……이유라고 해도… 딱히. 너희 동급생이니까, 친구 취향 정도는… 알고 있어도 좋잖아?”

   “……그런가.”

 

   메카마루가 간단히 수긍하는 듯싶자 미츠루는 겨우 숨을 돌렸다. 우와, 밀어주려는 거 너무 티 났나…. 메카마루는 미츠루가 잔뜩 긴장한 걸 아는 지 모르는 지 휴대폰 화면에만 시선을 두었다. 미츠루가 계산대 앞에 섰는데 포스기에 입력되는 가격은 학생이 ‘혼자’ 부담하기에 꽤 높은 가격대였다. 심지어 여태까지 산 선물들의 가격도 있었으니. 물론 주술사인 미츠루가 평범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메카마루는 당연히 제 돈을 보태려고 나섰으나 미츠루의 ‘선배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게 해 달라’는 미츠루의 간곡한 부탁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미츠루가 겨우 저보다 두 살 많으면서 그렇게까지 선배로서의 무언가를 지키고 싶어 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제부터 미츠루의 머리 속이 선배로서의 자격 요건 따위로 가득 차 있었다는 사실을 메카마루가 짐작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제 와 뭐라 말을 얹어도 미츠루는 강경해 보였으니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메카마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다 샀네! 메카마루, 이제 숙소로 돌아갈…… 아. 죄, 죄송합니다.”

 

   카메라로 비추는 시부야 거리에 신경을 쓴답시고 인파에 치여 사과를 연발하는 미츠루의 모습은 대책 없이 친절한 사람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실제로도 그랬고. 메카마루의 본체에는 안면 근육을 움직이는 기능이 없었지만 무타 코키치는 헛웃음을 지었다. 돌이켜보면 메카마루의 동급생 젠인 마이는 토시미츠 미츠루를 거의 바보 취급했으며 한 학년 선배인 모모는 되려 귀여운 후배 대하듯 했다. 미츠루는 포기한 건지 오히려 달갑게 여기는 건지는 몰라도 그런 취급을 아무렇지 않아 했는데, 메카마루가 생각하기로 그게 토시미츠 미츠루가 좋은 선배라는 증거 중 하나였다. 그 사실을 아마 본인만 모르는 것 같았다.

 

 

 

 

   “미츠루 선배, 바보예요?”

 

   미츠루는 이 순간 두 사람의 기념품 여행기를 조곤조곤 늘어놓은 걸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내내 숨 넘어갈 듯 웃던 마이가 눈물을 닦으며 입을 열었고, 모모는 아직도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미츠루는 따지자면 일의 원흉은 마이나 모모 너희가 아니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굳이 그러지는 않았다. 카스미는 나름대로 눈치를 보는 듯 요상한 미소를 지은 채 미츠루를 힐긋거리기만 했는데 미츠루는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신경 쓰였다.

 

   “차라리 웃어, 카스미….”

   “아, 아이… 하지만 감사한걸요.”

 

   카스미가 어색하게 답했다. 그 동안에도 카모 노리토시와 닛타 아라타, 그리고 메카마루까지 세 남자는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사실 그 즈음 교토의 신입생 아라타는 근본적인 의문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왜 여기 불려나온 거지? 메카마루 선배와 토시미츠 선배가 임무를 다녀오신 건 아는데…… 미츠루는 본인이 선물 전달이라는 목적조차 얘기하지 않고 후배를 불러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 아무 말도 않았다. 마이와 모모의 열정적인 놀림에 헛기침을 하며 캐리어를 정리 할 뿐이엇다. 토도 군은 역시 안 왔나보네. 대화 주제를 돌리려 꺼낸 미츠루의 한 마디는 역시나 모모의 깔깔대는 목소리에 묻혀 넘어갔다. 노리토시만이 미츠루의 물음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곧 겨우 웃음을 멈춘 마이가 입을 열었다.

 

   “오는 길에 만나서 얘기했는데, 타카다의 방송 녹화를 해야 한다고… 그 사람이 그렇죠, 뭐.”

   “아쉽네, 토도 군 선물도 사 왔는데. 마이가 전해줄래?”

   “아… 상대하기 귀찮은데, 알았어요.”

 

   마이는 미츠루의 입에서 나온 토도의 이름에 질색을 하면서도 마지못해 답했다. 바닥을 구르다시피 웃던 모모가 그제야 진정한 듯 미츠루의 앞에 섰다. 여전히 웃는 모습이었다. 미츠루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간만에 후배들이 깔깔거릴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에 의의를 가지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츠루. 선물은 어디 있어?”

   “선물이라면 저기에….”

 

   모모의 물음에 문 앞을 가리킨 미츠루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문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이제 와 번뜩 떠오르기로 애초에 메카마루와 미츠루를 데리러 온 교토의 보조감독 차에 오를 때 들고 탄 캐리어가 하나였던 것 같았다. 말을 잇지 못하는 미츠루를 모모와 카스미를 비롯한 다른 학생들이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 이 상황을 이해한 건 메카마루 뿐이었다. 왜, 왜……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하던 미츠루가 말을 이었다.

 

   “숙소에, 숙소에 두고 왔나봐…….”

 

   우와. 몇 초의 정적 끝에 누가 그런 탄식 소리를 냈는데 정신없는 미츠루가 그 탄식의 주인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야 용의자가 너무 많았으니까. 그 용의자에는 미츠루 본인도 포함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바보 같은 제 머리를 몇 번 때려주고 시간을 돌리고 싶었으나 그랬다가는 시간도 돌리지 못하고 후배들 앞에서 더 추한 모습만 보일 테니 그러지 않았다. 대신 미츠루는 소파에 풀썩 기대앉았다. 넋이 나간 미츠루를 가만히 바라보던 마이가 픽 웃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진짜 바보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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